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을 배우는 12주 동안 나는 예수님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예수님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데도 중요한 어떤 부분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삼위일체가 성경을 푸는 열쇠라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하나님 아버지에 대하여도 성령님에 대하여도 깊은 묵상으로 고민한 적이 없었다. 하나님 앞에서 나는 진지하지도 성실하지도 못했다. 나의 무지와 안일한 삶의 태도가 성령님을 근심하시게 하는 경지인 것을 발견한 것이다. 열쇠 없이 성경을 뒤적거렸으니 당연한 결과다. 사도신경이 삼위일체에 대한 고백인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바로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무심하게 사도신경을 형식적으로 암송하면서 믿음이 있다고 자부(自負)해온 내가 부끄러웠다.
<하나님과 인간의 질적 차이>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하나님과 나 사이가 너무 멀어서, 하나님께서는 너무 높고 너무 넓고 너무 깊고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하나님께서는 지극히 거룩하시고 나는 너무나 추악하였고, 하나님께서는 온 우주에 가득하시지만 나 같은 것은 찾으려고 애써도 찾을 수 없고 그 흔적조차 없는 정말 보잘 것 없는 미물같은 존재였다.
이상한 것은 하나님과 나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하나님께서는 내 곁으로 가깝게 다가오신다는 것이다.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을 배우는 동안 나는 이러한 성탄절의 감격 속에서 보냈다.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어 내 곁에 오신 성탄절을 새롭게 체험하였다. 나는 이 감격을 아직은 정리하지 못하였다.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어 내안에 오신 일을 나 같은 것이 인간의 언어로 정리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러나 이 감격이 얼음 같이 딱딱한 나를 부드럽고 뜨거운 사람으로 변화시켜 줄 것이다. 나는 교리학교 12주 동안에 배운 주제들을 가슴에 가득 품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묵상하면서 나머지 나의 여생을 날마다 성탄절로 보내고 싶다.
내 손 잡아주신 하나님. 내 안에 계신 아버지. 나 같은 것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과 함께 보내고 싶다. 내게 남은 시간을 모두 예수님께 드리고 싶다.
2007년 6월 4일 진안 경건신학연구소에서
권사 김경희(진안부귀중앙교회)